기술경영 집필은 오랜 인연으로 거슬러 간다. 1996년 2월, 집단창의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1997년 포스트 닥 과정을 리하이(Lehigh) 대학의 ‘혁신경영연구소(CIMS)’에서 시작하였다. 지도교수이신 김인수 교수님의 소개로 미국 과학재단(NSF) 소장을 역임한 알든 빈(Alden Bean) 교수님을 봄에 서울에서 만난 뒤, 그해 가을 한국연구재단의 포스트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리하이 대학을 가게 되었다. 사립명문 리하이 대학교의 CIMS(Center for Innovation Studies)는 빈 교수님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소장을 역임한 이후에 NSF 후원을 통해 1984년 만든 최초의 기술경영 연구소였다. 이곳은 ‘기술경영 분야의 작은 NSF’라는 별명답게, 산업계의 요구에 따른 주제를 정한 뒤 미국 내 많은 기술경영 연구자에게 제안서를 받고 NSF/CIMS의 연구비를 제공하였다. 또한 CIMS 컨퍼런스가 연간 2회 개최되어 연구결과물이 발표되었고, 이때 참가한 연구자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연구흐름을 배우는 좋은 ‘기회의 창’이었다. 당시 만남 중에 ‘제품 챔피언’ 연구결과를 발표한 ‘스티브 마크햄’ 이란 젊은 교수와 첫 만남이 있었고, 이 만남이 30년을 계속 이어질지 그 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포스트닥 이후 한밭대학교에 1999년 7월, 부임하면서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기술혁신과 창의성, 기술사업화 등의 연구를 계속한 것은 행운이었다. 또한 2003년 CIMS 연구소가 빈 교수님의 은퇴 후 이전한 리서치트라이앵글(RTP)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C State)에서 연구년을 보내는 기회를 가졌다. 100만평 규모로 잘 조성된 대학내 산학협동 캠퍼스인 센터니얼 캠퍼스(Centennial Campus), CIMS의 연구소장은 리하이 대학에서 만났던 마크햄 교수였고, 그 옆에 기술사업화 연구소인 TEC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난 인연과 TEC을 접하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T-P-M’ 기반, 즉 독특한 기술(T)을 제품 아이디어들(P)로 바꾸고 이를 세부 목표시장(M)에서 통하도록 만드는 알고리즘인 TEC(Technology Entrepreneurship and Commercialization)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출연연구소가 모인 대덕연구단지에 꼭 필요함을 직감하였다. 이 시기에 노무현 정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서 R&D 결과물의 사업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였고, 이것이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원의 TEC 수업방식은 공대생과 경영대생이 모인 MOT 클래스로서 산업계의 코치가 7~8명 참석하고 공대와 경영대 교수 3명이 팀 티칭으로 진행된 매력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NC State의 경영학과의 이름도 전통적인 이름과는 달리 MIE 학과, 즉 Management,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명칭을 사용하였다.
한편 1999년 한밭대에 부임한 이후, 기술경영 과목을 맡아 지금까지 강의해오고 있다. 또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경영대학원이 설립된 2000년도부터 기술경영 과목을 맡아 계속 강의하고 있으니, 벌써 25년이 되었다. 또한 한밭대학교에는 2002년에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카이스트에 이어 국립대 최초로 만들어져 운영되어 왔고, 당시 중소기업청이 지원한 창업대학원이 중부권 유일하게 설립(2005년)되어, TEC 프로그램이 대학원 교육과정에도 기여하였다. 그동안 대학원 졸업생으로 테크노경영학과 200명, 창업학과 400여명이 TEC을 공부하고 각계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 보람도 크다.
2023년 연구년을 맞이해 그동안 학교 보직(창업대학원 단장, 기획처장, 기술지주사 대표, 산학협력단장, 링크+와 링크3.0 단장, 부총장 등)으로 미뤄왔던 책 만들기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또한 지난 20여년간 여러 벤처기업의 사외이사와 감사 등의 경험과 7년간 대덕이노폴리스 정책연구소장 그리고 기술지주사 대표 등을 역임하며 여러 기업가들과 임직원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는 책을 만들었으면 하고 소망하였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본서의 구성과 흐름은 다음과 같다. 먼저 1장에서 기술경영의 특성과 발전과정을 다루며, 왜 기술경영이 중요한지를 공부하고, 2장에서는 기술경영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해 동기부여와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성과와 업무몰입을 파악한다. 3장 창의성 경영에서는 창의성을 구성하는 요인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 적용하고 있으며, 4장 기업가정신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가치와 기회로 변환할지와 우리나라의 기원을 다룬다. 5장 사회가치경영과 ESG 경영에서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사회가치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공부하며, 지구 환경을 둘러싼 변화와 함께 이익, 사람, 지구 등 3가지 P를 다룬다. 6장 혁신클러스터를 통해 국내외 주요 클러스터를 살피며 경제개발과 일자리창출의 방안을 모색하고, 7장 글로벌 환경에서 미국, 일본, 중국의 경쟁력의 원천과 함께 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국제적 관계는 우리나라 발전을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8장 조직과 문화에서는 어떻게 조직구조를 설계하고, 공유된 가치관을 잘 만들어 경쟁우위를 갖게 할 것인가를 다루고 국가간 비교연구를 통해 시사점을 적용해 본다. 9장부터는 우리 교재의 핵심인 기술사업화의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함께 공부하는데, 연구결과물의 발견과 시장의 사이에 존재하는 ‘죽음의 계곡’, 좋은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장소, 이를 어떻게 다리를 놓아 넘어갈지를 실천방법론을 갖고 공부한다. 10장 기술사업화의 핵심요인들인 T-P-M연계도를 이해하고, 지속적 니즈와 전달 역량을 기반으로 독특한 아이디어 등을 3개 원으로 만든 잉크(INC) 모델을 공부한다. 11장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회로 변환과정에서는 구체적 워크시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탄탄하게 만들어 확신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12장 사업기회 정교화에서는 기회의 가치를 높이는 10가지 도구를 중요성 순서대로 살펴보고 체화한다. 마지막 13장 전략적 평가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첫 장 경영진이 ‘좋은 기술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의 준비태세를 갖춘다.
1999년부터 기술경영 과목을 가르치고 배우며 깨닫던 결과물을 내려고 할 때 마다 두려움이 앞섰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주위의 격려와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었다. 이 교재를 집필하면서 고객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기술경영의 실천적 교재로서 대학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실험실의 연구자들과 사업화 전문가, 예비창업가와 기업의 혁신가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블루 스카이 드림’은 창의성을 발현할 때 중요한 요소인데, 어느 날 저녁 수업 전 아름다운 푸른 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확대해 자세히 보니, ‘산학연협력관’에서 구름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걸까? 많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구름처럼 사라지는데. 그 해결책으로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꾸려면 ‘고객의 니즈와 역량’ 이란 두 발로 튼튼히 서서 해야 한다는 잉크(INC) 모형이 떠올라 책 표지에 사용하게 되었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여러분의 소중한 만남과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먼저 1999년부터 25년간 ‘교학상장’(敎學相長)을 하게 해준 기술경영 수강생, 한밭대 학부와 석박사 대학원생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떠오른다. 또한 연구실 제자들인 운소회 회원들, 특히 권기환 박사, 홍은영 교수, 손윤정 박사, 서진원 박사, 이원철 박사, 설명환 박사, 이권형 박사, 권현정 교수, 유환철 박사 등과 방송대 튜터로 20년 가까이 도움 준 이은상 팀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한밭대 경상대학 교수님들과 창업대학원 교수님들의 격려에도 깊이 감사드리며, 학회장을 맡을 때 마다 많은 도움을 준 혁신클러스터학회, 인적자원개발학회, 그리고 인사관리학회의 회원들과 고문님께도 감사드린다. 이 책의 각 장마다 사례는 그동안 현장에서 문제를 고민하며 여러 신문사의 칼럼으로 쓴 것을 수정 편집하였다. 특히 매달 쓰는 중도일보의 칼럼은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였으며, 이를 교재에 담게되어 고마운 마음이다. 탈고를 앞둔 시점인 2024년 7월 인도네시아 TelKom대학교 인터내셔널 학생들에게 기술경영의 일부를 강의하며 앞으로 이 책이 개도국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학문의 길로 인도해 주신 김인수 교수님과 알 빈 교수님, 30년 동안 교류한 마크햄 교수님, 그리고 반려자를 만나게 해주신 이진규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인생의 동반자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내 지희, 그리고 스스로 자기 일을 잘 해나가는 든든한 두 아들, 용호와 용준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과 장인어른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 책이 나오기까지 장지훈 사장님과 자운 출판사 직원의 적극적 지원에도 감사드린다.
이 책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고객가치로 바뀌고, 기회로 실현되는데 도움이 되고 체화되길 기원한다.
수통(修通)골 국립한밭대학교 연구실에서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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